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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계가 생명처럼 진화한다 자기설계형 로봇의 놀라운 세계

by ddoo it 2025. 7. 11.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로봇은 인간이 설계한 도면에 따라 정해진 부품으로 조립되어,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입니다. 하지만 만약 로봇이 주어진 환경에 맞춰 스스로 자신의 몸체 구조와 행동 방식을 바꾸고, 마치 생명체처럼 세대를 거듭하며 더 나은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상상 속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연구실에서는 스스로를 설계하고 발전시키는 자기설계형 로봇, 즉 진화하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계가 생명처럼 진화한다 자기설계형 로봇의 놀라운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계가 생명처럼 진화한다 자기설계형 로봇의 놀라운 세계
기계가 생명처럼 진화한다 자기설계형 로봇의 놀라운 세계

다윈의 진화론을 품은 기계 진화 알고리즘

자기설계형 로봇의 핵심에는 바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영감을 얻은 진화 알고리즘이라는 강력한 인공지능 기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체가 수백만 년에 걸쳐 주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자연선택의 원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 압축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이 과정은 몇 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컴퓨터는 아주 다양한 형태와 행동 방식을 가진 수많은 가상의 로봇 개체군을 무작위로 생성합니다. 그 후, 이 로봇들에게 특정 임무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험난한 지형을 가장 빨리 통과하거나, 특정 물체를 집어 옮기는 등의 과제입니다. 각 로봇이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는 적합도라는 점수로 평가됩니다. 그 다음은 자연선택의 과정입니다. 높은 적합도 점수를 받은, 즉 주어진 환경과 임무에 더 잘 적응한 로봇들이 다음 세대의 부모로 선택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됩니다. 선택된 부모 로봇들의 설계 정보는 서로 뒤섞이는 교차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손 로봇의 설계도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돌연변이라는 무작위적인 변화가 더해집니다. 기존 설계에 없던 다리가 갑자기 생기거나, 관절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바뀌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가 도입되는 것입니다. 이 돌연변이는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인간 설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생성, 평가, 선택, 번식, 변이의 과정이 수천, 수만 세대에 걸쳐 빠르게 반복되면서 로봇 개체군은 점차 주어진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로 진화해 나갑니다.

 

가상 세계에서 태어나 현실로 걸어 나오는 로봇들

수많은 세대를 거쳐야 하는 진화의 전 과정은 대부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실제로 수만 개의 로봇을 일일이 만들어 실험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안에서는 물리 법칙을 적용하여 로봇의 움직임을 현실과 매우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상 세계에서 수많은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최적의 로봇 설계도는 이제 현실 세계로 나올 준비를 합니다. 과거에는 복잡하고 기괴한 형태의 로봇을 실제로 제작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삼차원 인쇄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컴퓨터가 진화시킨 독특한 형태의 로보 몸체를 삼차원 프린터로 순식간에 출력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모듈형 로봇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단순한 블록 형태의 작은 로봇 모듈들을 여러 개 만들어 두고, 진화 알고리즘이 주어진 임무에 가장 적합하도록 이 모듈들을 어떻게 조립하고 연결할지 그 구조를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한 생체 로봇 연구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개구리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제노봇이라는 작은 로봇은 슈퍼컴퓨터의 진화 알고리즘이 설계한 대로 세포들이 뭉쳐져 특정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생체 로봇은 스스로 움직여 주변의 흩어진 입자들을 모으는 등의 행동을 보였으며, 심지어 특정 조건 하에서는 자기 복제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어 기계와 생명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탐사할 로봇과 새로운 질문들

자기설계형 로봇 연구는 단순히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드는 것을 넘어, 로봇의 개념과 활용 범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없는 미지의 환경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심해 깊은 곳이나 외계 행성 탐사용 로봇을 보낼 때, 우리는 그곳의 지형이나 환경이 정확히 어떠할지 알 수 없습니다. 자기설계형 로봇은 현지 환경에 도착한 후, 그곳의 실제 데이터에 맞춰 스스로 몸의 형태나 이동 방식을 진화시켜 최적의 탐사 전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진화 알고리즘은 종종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는 매우 기이하고 창의적인 형태의 로봇을 만들어냅니다. 효율성만을 목표로 진화한 로봇의 디자인은 인간 설계자라면 결코 떠올리지 못했을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로봇 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발전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기술적, 윤리적 질문들에 마주하게 됩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던 로봇이 현실 세계의 미세한 마찰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과의 격차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숙제입니다. 또한, 로봇이 스스로 진화할 때,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이나 위험한 능력를 갖게 될 가능성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안전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생체 세포로 만들어진 로봇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진화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계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생명이라고 봐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도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자기설계형 로봇 연구는 단순히 공학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에게 진화와 지능, 그리고 생명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과학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