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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보이지 않는 차원과 또 다른 우주 다차원 우주론과 브레인 월드 이야기

by ddoo it 2025. 7. 9.

우리는 흔히 세상을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로 이루어진 3차원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시간을 더해 4차원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고 인지하는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우리가 사는 우주가 사실은 더 많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분의 차원이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의 우주가 거대한 막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상상력 넘치는 이론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차원과 또 다른 우주 다차원 우주론과 브레인 월드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차원과 또 다른 우주 다차원 우주론과 브레인 월드 이야기
보이지 않는 차원과 또 다른 우주 다차원 우주론과 브레인 월드 이야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숨겨진 차원의 등장

다차원 우주론의 아이디어는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물리학의 중심 무대에 등장한 것은 모든 것의 이론이라 불리는 초끈이론이 발전하면서부터입니다. 초끈이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기본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주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점과 같은 입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의 진동이라는 것입니다. 이 끈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전자나 쿼크 같은 서로 다른 입자로 나타난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수학적 체계가 모순 없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묘한 전제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우주가 우리가 아는 3차원 공간이 아닌, 10차원 혹은 11차원의 시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만약 우주에 그토록 많은 차원이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초기 설명은 여분의 차원들이 아주 작은 크기로 똘똘 뭉쳐있다는, 이른바 축소화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말려있는 차원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는 다차원 우주론을 설명하는 유력한 방식이었지만, 이후 더 과감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이 더해지며 새로운 이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우리의 우주는 거대한 막이다 브레인 월드 이론

축소화된 차원 이론과 더불어 다차원 우주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혁신적인 이론이 바로 브레인 월드, 즉 막 우주론입니다. 이 이론은 1990년대 후반에 제안되었으며, 여분의 차원이 반드시 작게 뭉쳐있을 필요가 없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브레인 월드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3차원 우주는 사실 더 높은 차원의 공간, 즉 벌크라고 불리는 공간에 떠 있는 얇은 막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 비유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거대한 연못의 표면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연못의 표면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오직 표면 위에서만 앞뒤와 좌우로 움직일 수 있을 뿐, 연못의 깊이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브레인 월드 이론에서 우리의 우주가 바로 이 연못의 표면과 같습니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물질, 그리고 빛을 포함한 전자기력이나 강력, 약력 같은 힘들은 이 3차원 막에 단단히 갇혀 있습니다. 마치 미생물이 연못 표면을 벗어날 수 없듯이, 우리 역시 이 막을 벗어나 더 높은 차원의 벌크 공간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3차원 세상만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에는 아주 중요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력입니다. 브레인 월드 이론에서는 다른 힘들과 달리 중력만이 유일하게 막에 갇혀 있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벌크 공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중력의 비밀과 평행 우주의 가능성

중력이 막에 갇혀 있지 않고 벌크 공간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브레인 월드 이론의 가정은 물리학의 오랜 수수께끼 중 하나인 중력의 기묘한 약점을 설명할 강력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자연계의 네 가지 힘 중에서 유독 중력은 다른 힘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합니다. 작은 자석 하나가 지구 전체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을 이기고 클립을 들어 올리는 것만 봐도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브레인 월드 이론은 그 이유를 중력의 힘이 우리의 3차원 막 우주에만 집중되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벌크 공간 전체로 흩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힘들은 막 안에 갇혀 힘이 보존되지만, 중력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그 힘이 희석되어 우리에게 약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이론은 평행 우주의 존재 가능성까지 제시합니다. 우리의 우주가 거대한 벌크 공간에 떠 있는 하나의 막이라면, 그 공간 어딘가에 우리와 비슷한 또 다른 막 우주, 즉 평행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이 평행 우주들은 서로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유일하게 벌크를 넘나드는 중력을 통해서만 서로의 존재를 희미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가 아직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가 사실은 이웃한 평행 우주가 보내는 중력의 신호이거나, 더 높은 차원인 벌크 공간 자체가 가진 에너지일 수 있다는 과감한 가설을 내놓기도 합니다. 물론 다차원 우주론과 브레인 월드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의 영역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공상 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치열한 과학적 탐구의 산물이며, 우리의 상상력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